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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동화 꺼내기<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웃, 쭈>첫 이야기

by 행운을 픽서비스 2025. 7. 2.

1장 동굴을 품은 집

빛나는 반짝이는 걸 좋아했어요.
오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동네 길을 당당히 걸어가고 있었죠.

그때 친구 철이가 눈을 찡그리며 외쳤어요.
“아, 눈부셔! 미러볼이 지나간다!”

빛나는 턱을 들고 말했어요.
“흥, 이건 다 내가 잘해서 엄마 아빠가 사주신 거야.”

친구들이 킥킥 웃자, 빛나는 더 새초롬해졌어요.
“내가 못하는 게 뭐 있어? 철이 너보다 공부도 잘하지, 예쁘지!”

철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우웩. 내가 왜 예쁜 걸로 비교를 당해야 해? 웃기고 있네.
그럼 너, 저기 보이는 집에 가서 주인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
우리 동네에서 저 집에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대.”

“에이, 저긴 아무도 안 살아. 폐가잖아.”

“맞아, 버려진 집이래.”

그러자 철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어요.
“완전 잘 됐네. 거기 들어갔다 나오면 인정해 줄게.
너 뭐든 잘한다고. 근데… 넌 못 할걸?”

빛나는 숨을 꿀꺽 삼켰어요.
“잘 보기나 해.”

그 집은 마당부터 음산했어요.
허리까지 자란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검은 창문들은 무표정한 눈처럼 느껴졌어요.

빛나는 용기를 내어 문 앞에 섰어요.
“똑, 똑, 똑.”

아무 대답이 없자,
손잡이를 살짝 돌리기도 전에 문이 ‘끼익—’ 하고 열렸어요.

눈앞에 펼쳐진 건…
집 안이 아니라 깊고 긴 동굴길이었어요.
마치 산 속 동굴이 집 안에 통째로 들어앉은 것 같았죠.

“우와… 뭐야, 여기…”
아이들도 숨죽이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들어갔어요.
그런데 문이 쾅! 하고 닫혀버렸어요.

깜깜한 동굴 속,
아이들은 핸드폰 불빛만 의지한 채
끝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어요.
발소리만 울리고, 공기는 싸늘했어요.

그때,
“끼이익— 끼르르륵…”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꺄악!!”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어요.
누군가는 오른쪽으로, 누군가는 왼쪽으로—
그렇게 흩어지고 말았죠.

빛도 친구도 사라진 어둠 속,
남은 건 두려움뿐이었어요.
숨소리조차 크게 울리는 고요 속에서,
어디선가 낮고 부드러운 허밍 소리가 들렸어요.
아주 오래된 전래동요 같았죠.

빛나는 그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숨죽여 울고 있던 친구들의 목소리도 하나씩 들려왔어요.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더듬어 잡고,
하나, 둘, 셋—
끝없는 어둠 속에서 벗어나
문 앞 마당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밖으로 나왔을 때,
아이들 앞엔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어요.
덩치가 컸고,
머리카락은 얼굴을 덮어 눈도 보이지 않았어요.

숨죽인 아이들 사이에서,
빛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누… 누구세요?”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고,
시무룩하게 고개만 저었어요.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달려갔지만,
어른들은 무서운 얼굴로 말했어요.
“당장 집에 들어가! 이상한 데 다니지 말랬지!”

어른들의 벽 같은 말들 속에서,
빛나는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보았어요.
“저…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러자,
머리카락 아래서 처음으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어요.
맑고 영롱한, 마치 작은 종이 흔들리는 소리 같았어요.

그 사람이 문을 열자,
아까의 무서운 동굴은 사라지고
햇살이 드는 따뜻한 거실이 펼쳐졌어요.
가구는 많지 않았지만
모두 딱 필요한 것만 정돈되어 있었어요.

“우와… 여긴… 마법의 집인가요?”

빛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어요.
그 사람은 조용히,
그러나 수줍은 듯 웃으며
까만 머리카락을 조금 들어 올렸어요.

그 아래에는,
주름이 많지 않은,
하지만 어딘가 신비롭게 빛나는 예쁜 할머니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정말… 요정 같아요.”

그 말에,
할머니의 눈동자가
작게 떨리며 빛났습니다.

 

2. 숨은 기억 찾기 대소동

그날 이후,
빛나와 친구들은 결심했어요.

“우리, 쭈 할머니의 잃어버린 기억을 꼭 찾아드리자!”

빛나 탐정단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단서를 모았어요.

“혹시 이 편지… 본 적 있으세요?”
“여기 계시던 할머니 기억나세요?”

아이들은 동네 할머니, 슈퍼 아저씨,
경비 아저씨까지 찾아다녔어요.

그때—
부모님들이 달려왔어요.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모르는 어른에게 말 걸지 말랬지!”
“위험한 집엔 왜 갔어? 당장 그만둬!”

아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떨궜어요.

“근데, 엄마… 쭈 할머니가—”
빛나가 조심스레 말했지만,
엄마는 단호히 손을 내저었어요.

“어른 말씀 잘 들어야지. 그만해.”

어른들의 말은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 벽 너머로 닿지 않았어요.

그날 저녁,
빛나는 가방 속에서
쭈 할머니가 준 작은 손거울을 꺼내 보았어요.
거울 속엔 오늘따라 슬퍼 보이는
자기 얼굴이 비쳤어요.

“괜찮아… 내일은… 다시 해볼 수 있겠지?”

 

 

글 작성자: 황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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